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 때문에 사과를 해야 할 때도 있고, 아이 대신 이야기를 전해야 할 때도 있다. 어린이집 교사, 아이 친구, 이웃집 엄마, 모르는 사람 등 그 대상도 여럿이다. 대화를 하는 나의 태도에 따라 아이에 대한 인상도 달라 질 수 있기 때문에 현명한 대화 기술이 필요하다.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의 단점을 지적할 때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잘다니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교사에게 ‘아이가 폭력적이다’, ‘다른 아이를 때린다’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당황스럽다. 거듭 ‘죄송하다’며 고개를 푹숙이거나 반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언성을 높이는 것도 그런 이유. 하지만 둘 다 좋은 대처법은 아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먼저 “우리 아이 때문에 힘드셨겠어요”라고 교사의 입장에 공감해줄 것.
그 다음에 ‘예외의 질문’을 해본다. 해당 문제는 제외하고 “다른 생활은 괜찮죠?”,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나요?”라고 물어보는 것. 교사 입에서는 대개 ‘그것 빼고는 큰 문제는 없어요’, ‘수업에 집중은 잘해요’ 같은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교사로 하여금 아이의 전체 유치원 생활을 떠올리며 지금의 문제는 ‘작은 부분’임을 깨닫게 하는 것. 이는 엄마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안 좋은 면만 따로 떼어 들으면 문제가 심각한 것 같지만 아이에 대한 좋은 점을 함께 들으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런 다음에는 다시 이전의 대화로 돌아가 “선생님이 말씀하신 부분 집에서 잘 지도하겠습니다. 관심 갖고 봐주세요”라고 대화를 마무리하면 된다.
아이가 식당에서 뛰다가 옆자리 어른에게 혼날 때
아이 데리고 식당에 가거나 지하철을 탔을 때 겪을 수 있는 상황.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친 것은 맞지만 이런 경우 엄마는 필요 이상의 꾸지람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
낯선 어른이 자신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엄마마저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고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반응하면 아이는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아이에 대한 상대의 호통이나 비난이 멈추지 않는다면 엄마가 개입해 재빨리 둘을 분리시킬 것. “잠깐만요.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상황을 정리하는 게 최선이다.
그런 다음 조용한 곳으로 가서 ‘어른이 갑자기 너를 혼내서 많이 놀랐지?’라며 먼저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주자. 아이가 조금 진정이 되면 “너는 밖에 나오니까 신이 나서 뛰었지만 그분은 조용히 식사하고 싶으셨을 거야. 여기는 우리 가족만 밥을 먹은 게 아니니까 다른 사람도 생각해야지” 하면서 조용히 타이른다.
자리로 돌아온 후에는 아이에게 사과하라고 억지로 등을 떠밀기보다는 엄마가 “식사하기 불편하시죠? 아이가 오랜만에 나와서 신이 났나 봐요.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사과하고 그 모습을 아이가 지켜보게끔 하는게 현명하다.
아이가 친구를 밀쳐 다치게 했을 때
사과를 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 분명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전화를 걸었는데 상대 엄마가 날카롭게 반응하니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는 모양새다. 엄마로서 내 아이가 비난받으면 당황스럽고 불쾌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차분한 대처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 “민수가 다쳐서 집에 와 많이 놀라셨죠?”라며 상대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게 우선. 그다음 아이와 교사에게 들었던 정황을 간단히 알려주고 상대 엄마의 생각도 들어본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문제의 80% 이상은 해결된 셈. 그리고 “많이 속상하실 텐데 죄송해요. 우리 아이가 내일 민수에게 직접 사과하도록 할게요”라고 마무리하면 된다. 이때 꼭 알아둘 점은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인 면이 있어서 이런 일이 생기면 전후 사정은 다 빼고 자기한테 유리한 부분만 부풀려 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결론적으로 우리 아이가 친구를 밀친건 맞지만 그전에 우리 아이가 놀림을 당했다든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빼앗겼다든지 어떤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상대 엄마에게 전화하기에 앞서 아이가 억울하다고 느낄 만한 정황이 있었는지 먼저 확인하도록 하자.
놀이터에서 우리 아이 앞을 새치기하는 친구를 봤을 때
엄마 입장에서 그냥 두자니 개운치 않고, 나서자니 괜히 애들 노는 데 끼어서 오버하는 것 같다. 게다가 길게 늘어선 줄 맨 앞에 우리 아이가 서 있는 경우라면 더욱 난감한 상황.
자칫 잘못 개입했다가 제 자식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엄마’로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아이들의 문제는 아이들끼리 해결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경우가 지나치다면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가령 새치기한 아이가 시소나 그네를 독점하고 10분이 넘도록 자리를 비키지 않는다면 비록 어린아이더라도 ‘쓴 소리’가 필요하다. 이때 주의할 점은 어른의 권위를 리용해 아이를 훈계하거나 억지로 끌어내리지 말라는 것. 새치기한 아이의 잘못이 명백하더라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럴 때는 “여기 친구들이 다 오래 기다렸어. 지금 타고 싶으면 줄 서 있는 친구들 모두한테 ‘괜찮은지’ 물어봐. 다 괜찮다고 하면 네가 타고”라고 말하자. 아이들 사이의 문제에서 엄마는 ‘해결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중재자’이자 ‘전달자’임을 잊지 말 것. - 이임숙부모코칭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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